멕베스 - 윌리엄 세익스피어 Books Set You Free.

1. 세익스피어의 <햄릿>, <리어왕>, <오셀로>, <맥베스> 이 네 작품을 함께 묶어서 4대 비극이라고 부르는 모양입니다. 거의 최근까지도 퀴즈프로그램에 '다음 중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 아닌 것은?'이란 질문에 전 <로미오와 줄리엣>이 4대 비극이 아닐리 없다고 생각했을 정도니까요. 개인적으로는 '3대 작품' 이나 '3대 기타리스트' 같은 표현을 싫어하기도 하고요. 개별 예술 작품이 지닌 힘과 에너지, 창의성은 'X대'라는 타이틀에 담아두기엔 너무 다양하거든요.

2.  21세기를 사는 독자들이 이 작품을 대할 때 느끼는 점은 우선 언어의 생경함입니다. 등장인물들, 특히 주인공 멕베스의 말은 시적인 언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맥베스의 대사는 그의 감정을 몇 배로 부풀리는 앰프의 역할을 합니다. 이런 대사들에 익숙하지 않다보면 마치 용비어천가를 읽는 느낌이기도 하죠. :)

3. 처음엔 어색한 이 언어들이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가게 됩니다. 허무하고 잔인한 운명 속에 죽어가는 맥베스의 운명을 보며 그저 '악인의 죽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이유도 감정의 언어들이 독자들에게 잘 먹혀들어갔기 때문이겠죠.

4.  이 작품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감초는 단연 3명의 마녀들입니다. 그들은 맥베스를 운명의 함정에 빠뜨리고 그 상황을 비웃는 역할을 합니다.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등장인물들은 전형적이지만 모두 적절히 배치되어, 조연들과 호흡이 잘 맞는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잘 짜여진 구성, 전형적이지만 강렬한 개성의 조연들, 단순하지 않은 주인공, 당대 '흥행보증수표'였던 셰익스피어의 면모를 엿볼 수 있습니다. 대중적인 지지기반 위에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이 숨어 있기에 지금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서 '고전'으로 읽히고 있는 것이겠죠.

P.S. 이 작품은 구로사와 아키라, 오손 웰스, 로만 폴란스키같은 영화사 최고의 거장들이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스캔들-조선남여상열지사>을 보고, 이 작품을 읽어보니 한번쯤 이 작품도 우리나라에서 번안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P.S. 2.이 작품을 보고, 얼마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걸작, <거미집의 성>을 보았습니다. 배경은 굉장히 일본풍이었지만, 원작이 지닌 에너지,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의 폭같이 많은 면에서 굉장한 영화였습니다.




덧글

  • 나인테일 2018/10/31 13:01 # 답글

    그리스 비극은 영웅의 몰락에 대한 카타르시스였다면 멕베스는 뭐랄까. 악당이 영웅적으로 몰락하는 이야기겠군요.
  • John_Doe 2018/10/31 16:21 #

    그래도 '악당'이라는 느낌보다는 운명에 이끌려 무너져 버린 비극적인 '영웅'의 느낌이 훨씬 더 강했어요. 그러다보니 세 마녀의 코미디스러운 말들에도 불구하고, 비극적인 느낌이 줄지 않아요.
  • 가이브러쉬 2018/11/08 12:23 # 삭제 답글

    1988년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어머니가 사주신 중앙출판사의 소년소녀세계명작대전집 50권의 셰익스피어전집에서 읽었던 것만 기억날 뿐.... 아무런 기억이 없네요...
    쓸데없는 소리지만, 50권 중에서 셰익스피어전집이라는 책의 겉표지가 검은색 인쇄 부분이 흔들려 인쇄가 되어서 그 부분이 불량이라는 이유로 책을 싸게 파는거라는 것이 기억나는 군요..30년전이라니..컥
  • John_Doe 2018/11/12 15:25 #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충실한 원전의 느낌이 나는 세익스피어 이야기를 권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500년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느낀 감정이 우리의 감정과 비슷하다는 걸 느낄 정도로 이야기가 잘 번역된 책이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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