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어학습광고를 보면서 드는 생각들 잡다한 생각들...

1. '야X두', '시X스쿨', '뇌X김'같은 영어 광고들을 보면서 묘한 아이러니가 느껴져서 글을 써 봅니다.

 

2. 위에서 예를 든 세 업체의 광고는 예전의 영어학습/교육 광고와는 뭔가 좀 차별화된 느낌이 있어요. 모델이 대중들에게 익숙한 사람들인 것은 맞지만, 영어 자체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은 별로 없죠. 이승기는 명문대를 나오긴 했지만, 인기의 원천이 그것이 아니죠.(대중들에게 김태희처럼 회자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조정석또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나왔을때도 그닥 영어가 연상될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어요. 다른 광고모델들도, 대단한 영어실력을 갖춘 사람들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닐 겁니다. 일반 대중들에게도 이승기나 조정석같은 사람들과 영어를 연결시키긴 힘들 겁니다.

 

3. 참 재미있는 현상입니다. 다이어트에 도움되는 상품을 팔면서 늘씬한 모델을 쓰지 않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니까요. 그렇다고 연예계에 영어 실력이 있는 사람이 없을까요? 수없이 많은 유학파 연예인들이 수두룩 할텐데, 그런 사람들 모두 제쳐두고 영어와 쉽게 연결되지 않는 모델들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게다가 이승기나 조정석의 경우 굉장히 클로즈업을 많이 합니다. 제공하는 컨텐츠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에 집중하죠.

 

4. 가만히 보면 대한민국은 영어에 대한 컴플렉스가 굉장히 심한 나라입니다. 수없이 많은 영어 트렌드들이 생겨났다 사라졌고, 학원가에는 '유명한' 영어강사들이 명멸했죠. 그만큼 보통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은 돈을 퍼붓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경험이 없는 이상 보통 사람들의 영어 실력은 대단하게 늘은 것 같지도 않습니다. 물론 상위 5~10%되는 사람들의 영어실력은 예전보다 훨씬 늘긴 했지만, 거시적으로 국가 단위로 투입된 자본에 비하면 그게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라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그 노력을 다른 분야에 투자했다면 훨씬 더 생산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5. 게다가 짧게는 중고등학교 6년+대학교 4년, 조기교육을 좀 받고 한 사람들은 10년이 훨씬 넘게 영어를 배우지만 어쩌다 외국인을 만났을때 입에서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많습니다.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조갑경씨의 딸들이 외국인앞에서 영어 한마디 못하자, "니들 영어학원비로 얼마를 퍼부었는데!!!!"라고 터트리던 조갑경씨의 사자후가 떠오르네요. 그리고 이런 것이 '남'의 일이 아닙니다.

 

6. 많은 대한민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비슷한 '좌절감'을 느끼면서 살아갑니다. 학교에서 맨날 영어를 배워도 입에선 말한마디 안 터지고, 그렇다고 읽기와 쓰기는 잘 하는가...라고 물으면, 자신있게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또 별로 못 본 듯 합니다.(제가 아침부터 상사의 오타 가득한 영어 메일을 봐서 그런 건 아닙니다.)

 

7. 게다가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가진 사람들은 외국 생활을 했든지, 유학을 했든지, 무언가 특별한 경험을 했을 것이란 생각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영어 강사인 이보영씨도 항상 듣던 이야기가 "외국에서 사시다 왔나봐요?"였다고 하니까요. 그런 특별한 경험들을 해야지만 영어가 유창해진다라는,(더불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버터발음이 나오지 않는다는) 믿음이 대중들에게 뿌리 깊게 박혀있다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광고에서 유창한 발음을 내는 모델이 영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어필이 되지 않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자신의 노력을 독려해주는 타입의 광고가 더 공감을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8. 어찌보면 앞에서 이야기한 광고는 청소년기를 영어에 투자하고도 제대로 된 회화 하나 되지 않는다는 좌절감이 낳은 산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약간 슬퍼지려고 하는군요.

 

9. 약 10년 전쯤, 정우성이 주연한 영화 <호우시절>이 생각납니다. 허진호 감독 특유의 잔잔한 영화였는데, 거기서 정우성이 굉장히 '한국식' 영어발음으로 여주인공 고원원과 이야기하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제 영어 수준과 발음 이 딱 그 정도이거든요;;; 나름 노력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그렇습니다. 그래도 그 대화들 속의 감정들은 결코 헛되지 않고, 영화의 멋진 장면으로 승화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영어 학습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라, 영어를 통해 느끼는 감정 자체가 공들인 시간에 비해 엄청나게 빈약하기 때문이란 생각도 해 봅니다.


덧글

  • 짹키 2018/01/09 10:15 # 삭제 답글

    영어에 대한 한국인의 시각...

    긍정적으로 말하면, 글로벌 마인드, 부정적으로 말하면, 슬레이브 마인드...

    있는 그대로만 다루어주면 아무것도 아닌데, 고작 영어 따위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있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겠네요...
  • John_Doe 2018/01/10 10:55 #

    그래도 점점 그런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 냥이 2018/01/09 12:19 # 답글

    2번 관련해서 나혼자 산다는 헨리를 모델로 쓰면 되는데...왜...
    어디선가 들은게 영어공부할때 CNN이라던데 저는 CNN보단 BBC가 더 확실히 듣리던데...
  • John_Doe 2018/01/10 11:00 #

    헨리도 캐나다 국적이고 여러 문화를 경험하고 살아온 사람이라 7번의 기준에서 탈락입니다.ㅋ
  • ㅇㅇ 2018/01/11 17:21 # 삭제 답글

    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요즘 어학 광고가 희안하게 느껴졌어요. 작년에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공격적으로 시작된 어학 광고는 아무래도 중국어였다가, 영어로 또 돌아온 것 같은데요. 예전 어학 광고는 최소한의 차별화와 포인트가 있었거든요. 회사마다의 전략이랄까 학습법이랄까. 근데 요즘 어학광고는 그냥 호텔 앱이랑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어요. 매력적인 연예인이 너에게 강조한다, 라는 거 외에는...그래서 저렇게 과하게 광고하는 곳은 절대적으로 신뢰가 안가요... 최소한의 사용자 니즈도 고민하지 않은 그냥 물량공세라는 느낌입니다.
  • John_Doe 2018/01/16 18:26 #

    차별화가 통하고 자신의 니즈를 이해하면서 영어에 대한 갈증을 풀어낼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광고가 필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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