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temptation of Christ - Nikos Kazantzakis Books Set You Free.

1. 헌책방의 묘미는 내가 예상하지도 못했던 곳에서 보석같은 책을 찾았을때의 희열일 것이다.

원래 이 책은 1996년 늦은 가을에 샀던 <번역의 테크닉>이란 제목으로 나왔던 안정효의 책(훗날 <안정효의 영어 길들이기 - 번역편>으로 바뀌어서 출간됨)에서 잠깐 소개되었던 책이었고, 서점에서도 쉽게 구해지지 않았던 차에 인천 배다리 헌책방에서 구하게 되었다. 만날 책은 언젠가는 만나게 된다고...

2. 영화광들에게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동명 타이틀 영화로 더 익숙한 제목일 것이고, <그리스인 조르바>가 스테디셀러였던 것에 비해 이 작품이 훨씬 덜 알려져있어, 꼭 한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더 들었다.

3. 신성모독. Blasphemy.

기독교 신자들에게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신성모독', 이 한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

4.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신성모독이라는 것이 정말 모순적인 말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진정으로 신이 존재하고, 그의 뜻대로 세상이 흘러왔다고 하는 것을 믿는다고 가정하여도(가정이 너무 비현실적이긴 하다), 그의 뜻은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을 이해시키지 못했고, 심하게 왜곡되어서 이 세상에 퍼져있고 또다른 변종된 악의 씨앗을 뿌려가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가 신성모독을 했을때, 가장 상처입을 사람은 저 위의 세상에서 이 장면을 보고 있을 신이 아니라, 지상에서 모독되고 있는 신을 믿고 바라보는 '인간'일 것이다. 수없이 많은 세월 동안 기독교 신자들은, 자신들이 믿고 있는 신의 존재에 대해 한없이 좋은 이미지만을 쌓아갔고, 거기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서 그 이미지를 더럽히는 자에 대해서 '신성모독'의 죄를 뒤집어 씌웠던 것이고. 그리고 믿지않는 자를 단죄하고, 자신들이 더 신에게 충성스럽게 다가간 모습이 되었다고 자위하게 되는 것이고... 철저하게 신이 아닌 신을 믿는 '인간'을 위한 시스템인 것이다.

5. 이 작품은 예수의 영혼과 육체가 서로 부딪히고 투쟁하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예수는 길거리에서, 사막 위에 수없이 많이 쓰러지고, 자신에게 주어진 신의 운명과 인간의 감정들이 치열하게 대결하고 있다. 이런 모습들은 읽는 500페이지(한글판은 10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전혀 사그러들지않고 사람의 진을 짜낸다.(무슨 마약을 드셨길래 이걸 쓴거죠?라고 작가에게 묻고 싶었다.)

6. 예수만큼이나, 유다의 모습도 엄청나게 그려진다. 이 작품에서 유다는 배신자의 모습보다는 혁명가의 모습이다. 어차피 신이 될 운명의 예수와는 다르게 유다는 예수에게 정면으로 맞선다. 예수의 결론은 '신'의 길이었지만, 유다의 길은 '인간'과 '민족'의 길이었기에, 결코 유다를 욕할 수 없게 된다.

7.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작품이다. 중동의 사막 한 가운데에서 예수와 그의 주위의 인간들은 내내 핏대높여 외치고 있고, 등장 인물들의 운명은 그들이 외치는 신과 인간의 길에 대한 고민들과는 상관없이 흘러가지만, 커다란 산사태같은 운명 앞에서 소리질렀던 그 외침은 결코 공허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길이 끝에 다다랐을때 만난 신의 모습은 충분히 성스러운 모습이었다. 이 책은 신성모독의 예가 아닌, 신에게 다가가는 인간의 마음속 험난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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