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진열장 What's up, Mr. Doe?

난 가난한 시골집에서 컸다. 내 방 머리맡에 어머니가 고구마를 두면 새벽에 쥐들이 파먹을 정도였으니.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여의도 시범아파트에 사는 사촌동생네 집에 갔더니 CD진열장에 CD가 100장도 더 넘게 꽂혀있는 걸 보았다. 락, 헤비메틀, 팝, 비틀즈에서 판테라까지... 그러면서 각각의 앨범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진열장 뒤로 후광이 빛났다.

난 단 한번도 다른 친구들 좋은 옷 입고 맛있는 거 먹고 좋은 집 사는 건 하나도 안 부러웠는데, 그건 너무너무 부러웠다. CD 2~3장 가격이면 고등학교시절 1달 생활비였다는 것은 차치하고. 그런 문화에 대한 감수성 조차 없었더라면 그냥 그런 음악을 들으면서 "내 취향이랑 안 맞네"라고 취급해버렸으면 좋았을텐데... 그게 아니었음. 사촌네 방에서 울려퍼지던 제대로 된 오디오로 흘러퍼지던 에릭 클랩턴의 노래, 퀸의 <A Night at the Opera>앨범... 정말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아 XX이(사촌)과 나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당연지사. 향유할 수 있는 문화의 레벨차를 그때 느꼈고, 누구를 탓할 수도 뭐라 할 수 없는 열등감이었다. 

그것때문에 난 영문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문화적으로 남들보다 뭔가 하나라도 나아보이는 걸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진열된 CD를 보면서 느꼈던 경외감, 그리고 그걸 난 평생 가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열등감에서 시작되었다. 제한된 주머니의 돈에서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보고 싶었으니까. 

"너 이런 것도 읽어? 영어 잘 하나보네"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별거아닌 칭찬에 정말로 고팠을 때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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